국회는 본연의 임무를 찾아라
“정부가 논란이 큰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면서 감세규모를 줄여서 발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따른 감세규모가 5년간(2008~2012) 96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보고서를 냈다. 정부는 5년간 세수가 35조3000억 원 줄어든다고 했지만, 예산정책처가 계산해보니 정부의 발표에는 60조원 이상의 세수감소분이 누락됐다는 것이다. 국회와 행정부의 계산이 이처럼 차이가 난다면, 정부가 부자감세의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감세규모를 축소하는 꼼수를 썼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경향신문, 2월16일, 사설 ‘규모 축소 꼼수 동원한 부자 감세안’에서)
감세 규모 96조원
감세규모 96조원이라면 보통사람들은 일상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그 크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알기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 국민 4,800만 명 모두가 빠짐 없이 1인당 2백만 원씩을 모아야 96조원이 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재정투자 등 돈 쓸데가 늘어날 텐데 왜 이 엄청난 감세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을까? 정부의 설명은 감세하면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쓰게 되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법인세 등 돈 있고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10% 부자들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받고, 나머지 90% 서민들이 그 불이익을 덮어쓰게 되어있다.
국회의 정치적 기능
대한민국 헌법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 기능을 입법부ˑ사법부ˑ행정부로 3분하여 각 기능의 본질적 부분을 각기 분리 독립된 기관들에 귀속시키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참에 국회가 자기 본연의 임무를 자각하고 행정부의 독주에 견제 역할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회는 국민을 대표한다. 그러므로 헌법에 국회에는 국민대표기관, 입법기관, 국정통제기관 등의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 다시 말해 국민대표기관으로서 국회가 수행하는 주된 정치적 기능은 다음과 같이 요악할 수 있다.
1. 국민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통합·조정하고 각계각층의 욕구를 수렴하여 국가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한다
2. 법안 또는 예산심의과정을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판단력을 제고하는 정치 교육적 기능을 수행한다.
3.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여 행정부의 활동을 감시·통제·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학원론, 권녕성 지음, 법문사, 2003년 판, 804쪽에서 인용)
현 국회의 직무 태만
현 국회는 이명박 정부 1년 동안 이러한 정치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나아가 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행정부 나 청와대의 시녀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예를 몇 가지 든다면;
1) 인사청문회 무력화.
- 비리가 많은 고소영 인사 특히 TK 인사 발탁에 동의.
지난 주 비리 백화점이라는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결과.
- 국정원장 인사에 이어, 경찰청의 TK 인사; 김석기 청장이 자진사퇴 후 이루어진 인사에서 경북 출신 고려대 출신인 강희락 경찰청장과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을 임명하여 경찰청을 대통령 측근인사로 채웠다.
2) 대미·대일 사대외교.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검역주권 포기. 일본 도꾜도 지사 이사하라 신따로가 ‘북한을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망언에 대한 당국의 침묵.
3) 민주주의 후퇴.
- 용산참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반 서민적-철거민 유죄, 경찰 무죄였다.
- 집회와 결사의 자유권 침해;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현 집시법은 위헌이라는 담당 재판관의 위헌제청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 대기 중)
- 언론과 출판의 자유권 침해;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 구속, 네티즌들의 소비자 운동을 불법으로 구속. 언론관계법 개악으로 방송을 입맛에 맞는 신문사나 재벌에게 넘겨주어 언론 다양성을 저해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무력화 하려한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권 침해;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 퇴출, 대운하 의혹 제기한 이기태 연구원 중징계.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뉴라이트를 앞세운 한국현대사 왜곡.
4) 강부자 정책과 반서민 정책
- 끝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천문학적인 부자감세를 밀어붙이고, 서민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한다; 최저임금법 개악, 비정규직법 개악, 온천세 등 새로운 세목 개발 신설 등.
- 공무원 등 신입사원 초임을 깍아 그 재원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책.
- 영어 몰입교육, 특목고 우대, 자립형 사립고 신설, 일제고사 결과 발표 등 부자들을 위한 교육정책 남발로 사교육 시장 팽창하고 서민들 교육비 과다 지출.
5) 한반도 평화와 통일정책 후퇴.
지난 10년간 쌓아온 남북대화와 평화공존을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비핵개방3000’과 같은 현실성 없는 정책을 고집하여 남북갈등을 자초.
6) 꼼수로 국민을 우롱
-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포장으로 대운하 공사를 밀어붙이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공청회 같은 여론 수렴절차 없이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태도이다.
헌법 제1조②에는 ‘주권재민’을, 제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선언한다.
마치는 말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법치와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다. 1월30일 밤 SBS TV 대통령과의 원탁대회에서도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낮은 이유는 첫째 준법의식 미약이고 두 번째는 노사문제 세 번째는 북한이다‘라고 말했다. 발언의 배경을 미루어 불법시위와 불법파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대통령이 먼저 헌법을 지켜야 되지 않겠나.
현 국회의 구성에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2/3의 의석에 가까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 운영의 책임은 당연히 한나라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모습은 국민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금융위기에 이은 경제위기로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가는 속에서도 계파로 나뉘어 세력다툼, 영구집권을 위한 무리수 두기 그리고 청와대에 줄서기 등 무력한 모양새 뿐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대해 ‘친북 좌파 체제 전복세력’ 운운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과거 60년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피로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온 국민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한나라당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다음 총선을 기다리고 있다.
2009년 2월17일

